주말에 가끔 통역일이 들어오면 가는데, 주로 세계 유학 박람회에서 해외대학 입학처 담당자와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통역합니다. 해외로 홀로 떠나 수년간을 공부해야 하는 중대한 결정이기에 당연히 궁금한 게 많을 테지만 담당자들을 당황시키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 중 공통적으로 많이 받는 질문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1. 학교 순위가 어떻게 되나요?
열에 아홉은 물어보는 질문이다. 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너가 원하는 학과는 X순위야"라고 답하며 이후 이어지는 학생의 추가 질문은 바로 "그럼 학교 랭킹은요?". 보통 해외 대학은 대학교 자체의 랭킹보다 그 학교에서 특화된 전공을 위주로 설명을 한다. 일단 영국이나 미국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은 특정 분야(전공)를 깊이 있게 공부해 보려고 하는 거지 한국처럼 순위만 따져서 대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에 학벌주의가 없거나 학교 순위를 아예 따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만큼 대학 평판을 우선 순위에 놓고 대학을 평가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구글에 궁금한 대학교의 랭킹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학 담당자를 만났을 때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하는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여기 학과 나오면 직장을 바로 구할 수 있나요?
한국에서는 대학교 홍보를 할 때 높은 취업률을 내세우다 보니 이에 적응된 한국 학생들이 취업률에 대해 많이들 묻는다. 그럼 담당자가 "너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잘 모르겠어요"라 답한다. 입학 담당자 입장에서는 학생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말하지도 않고 "취직되나요?"를 물어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 질문은 통역하는 내 입장에서도 조금은 답답한 부분이 있이다. 한국 학생들은 랭킹을 따져 대학교만 대충 정해놓고 담당자한테 '나에게 맞는 학과를 내놓으세요' 태도로 온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님들은 "이 학과 졸업하면 한국와서 취직이 잘 되나요?" 물어본다.
간혹 무작정 "여기 학과 졸업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나요?"를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에 대비해 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이 취직한 기업명과 직책을 기재해 놓는다. JPmorgan, Mercedes, Microsoft 등 으리으리한 세계적인 기업 리스트가 나열되어 있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대학교가 학생의 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일단 영어로 모든 수업을 소화하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기나긴 논문 여정도 해내야 한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이력서 작성부터 인터뷰까지 전 세계 학생들과 경쟁하며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3. 영어를 못하는 데 어떡하죠?
본인의 영어실력에 의구심을 가지며 입학 담당자에게 솔루션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해외 대학교에는 국제학생들을 위해 영어 수업부터 대학교에서 과제나 논문을 쓰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도록 'Pre-sessional'코스를 제공한다. 당연히 담당자 입장에서는 영어가 조금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Pre-sessional'코스를 추천한다. 사실 엄연히 따지면, 이 코스는 Ielts나 TOEFL 성적이 입학조건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한국인들은 영어시험에서 reading과 listening 영역은 다른 국가 학생들보다 뛰어나다. 다만 스피킹 실력이 다소 낮은 편인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해외 대학교라 원어민급으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물론 잘하면 잘할수록 당연히 플러스겠지만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고 짧은 문장으로나마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하다. 물론,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하구나를 깨닫는다. 하지만 많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다 보면 어느새 세미나에서 리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4. 여기 한국인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물어보는 학생들의 의도가 다양한다. 한국인이 많이 없길 원하는 학생도 있고, 한국인 비율이 높길 바라는 학생도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전 세계 학생들이 입학을 하며 총 인원 대비 국제 학생 비율을 대략적으로 제시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매해 입학생의 국적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국적 정도 표시해 주는게 최선이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국적이 중요할 수 있다. 워크샵이나 세미나에서 다양한 국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토론을 통해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비율에 집착하기 보단 국제 학생들 비율에 관심을 가져보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써봤는데 한국인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들이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박람회까지 참여하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유학을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박람회에 참여해서 직접 입학담당자와 대화를 나눠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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