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Journey

쉬어도 괜찮습니다.

Stacy K 2024. 11. 13. 21:41

내가 맡은 반 중에 초4-6학년으로 구성된 반이 있다. 영어 실력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 성실한 편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이라 성장 속도가 빠른 반이다. 그런데 어느 날, 높은 레벨에 있던 학생이 우리반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가 레벨 업을 원하는 시점에 레벨 다운이라니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학생을 맡았던 선생님께 여쭤보니, 아이가 교재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하고 숙제를 거의 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그 학생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

 

첫 수업에서는 학생이 잘 따라오는 듯 보였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언어 학습에 있어서 본인의 레벨을 찾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그 학생이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이 오래가지 않았다. 한 주가 지나고 숙제 검사는 하는데 숙제를 해야하는 공책과 교재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이미 전해들은 바가 있기에 의심하고 싶진 않았지만 '숙제를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막을 수 없었다.

 

반을 옮기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관대하게 대했던 나의 잘못이었을까. 매일 해야 하는 온라인 숙제 수행도가 1/3 밖에 되지 않았고 수업 시간에 주어진 숙제는 아예 해오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볼 때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 '아팠어요'.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아프다는 핑계는 나에게 아킬레스건과 같다. 해외 생활을 하며 나도 몸이 아픈적이 있었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따라주지 않는 내 몸에 너무 서럽고 주저앉고 싶었다. 심지어 어린 아이가 아프다는데 학업을 강요하는 건 나에겐 고문같은 일이다.

 

결국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 상황을 충분히 전달드렸고, 당연히 가정에서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영어 학원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상위반에서 혼자 따라가지 못한 부담이 반은 옮기고 나서도 계속되는 걸까. 하루는 아이가 수업 중간에 구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나는 너무 걱정이 되는 나머지 조퇴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집에 보내려는데, 아이가 "엄마가 수업 다 듣고 오래요" 라는 것이다. 

 

그날 어머니께 또 한 번 연락을 드려보니, 아이가 꾀병을 부리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조퇴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끝까지 남아서 수업을 다 듣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만10세 밖에 안되는 어린아이가 수업 시간에 메스꺼움을 느끼며 두세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데 어찌 이를 그냥 넘길 수 있을까. 결국 솔직하게 이 학생은 좀 쉬어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이에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지금 쉬어버리면 다시 따라붙는 게 힘들 거라며 반대하셨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그 학생이 휴원을 한다는 것이다. 전날 단호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잠깐 놀랐지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학업이든 일이든 정말 힘들다면 쉬어도 괜찮다. 잠깐 쉰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고 의지가 생겼을 때 하는 게 속도가 배로 붙어 더 높고 멀리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내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수행능력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우리 친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달릴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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