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매 초마다 교차하는 종합병원, 그곳 1층 매점은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가 되면 기묘한 공간으로 변합니다. 야간 아르바이트생 ‘나희’ 앞에 나타나는 손님들은 물건을 사는 대신, 도저히 매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엉뚱하고 간절한 부탁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림자가 없는 이 수상한 손님들은 바로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삶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영혼들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시한부 선고 같은 비극적 장치 대신, 작가는 ‘전하지 못한 마음’에 집중합니다. 홀로 남겨진 반려묘를 걱정하는 미용실 아주머니, 치매 앓는 아내를 두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남편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품은 미련은 나희의 손을 거쳐 따뜻한 기적으로 변모합니다. 나희가 그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