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눈을 떠서 7시 반 운동을 한 시간만 늦출까 잠깐 고민하지만 고민할 시간에 일어나서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킨다. 양치를 하기 위해 치약을 짜며 '그래도 빠질 생각은 절대 안 하네' 운동을 향한 독한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세수까지 마치고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물 한 모금 들이킨 후 운동화와 옷가지를 가방에 쑤셔 넣는다. 시간은 벌써 7시 17분을 가리키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코끝이 살짝 시린 걸 보니 이제 겨울이 오는구나. 운동복 위에 두꺼운 겉옷을 걸쳐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벌써 와버린 겨울이 야속하지만 운동 후 뜨거워진 체온을 빠르게 식혀주기엔 냉장고 같은 차가운 기온이 포근하게 느껴지긴 하다. 오늘은 근력을 하는 날인데 유독 약한 내 손목을 위해 최근에 구입한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 본다. 처음이라 그런지 맞지 않은 구두를 신은 마냥 불편하다. 덤벨을 들어 올리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좀 더 써봐야겠다.
최근에 알게 된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불스스) 동작을 하는데, 허벅지와 엉덩이가 터질 것 같이 아려온다.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하나만 더' 하며 내 한계를 한개씩 늘려 나가려 한다. 내 몸뚱아리는 고문처럼 느껴지겠지만 운동 후 움직일때마다 저릿하게 느껴지는 근육통은 내 하루의 활력소가 된다. 40분 고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운동을 한 후 샤워까지 마치고 나면 에너지가 바닥이 나는데 이상하게 힘이 빠진 체 집에 걸어가는 길이 좋다.
집에와서 운동복을 씻어 놓고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간다. 아침에 운동하고 카페에서 블로그 글을 쓰는 게 내 루틴이 되었다. 특히 내가 가는 카페에는 르뱅쿠키와 황치즈 쿠키가 정말 맛있는데, 운동하고 지친 몸에게 에너지를 빠르게 채워준다. 거의 매일 가다보니 카페 직원도 나를 기억하고 '오늘은 (쿠키)있어요'가 인사가 될 정도다. 재료 소진으로 쿠키가 없는 날에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이미 내 눈썹은 여덟팔을 그리고 있다.
한두 시간 가량 어학 포스팅을 하고 요즘 재미 붙인 체험단도 검색해 본다. 11시가 넘어갈 즈음 배가 고파오는데,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챙겨 먹는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한다. 영어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출근 시간이 일반 직장인들 보다 늦은 편인데 오전 시간을 온전히 날 위해 쓸 수 있어서 직업 만족도 최상이다.
출근 후 전날 정리해둔 자료를 보며 간단히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한 반에 최대 13명까지 수업을 듣는데, 초중등 나이의 아이들을 케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Teacher라고 teaching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교관 선생님처럼 군기를 잡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상담사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재미있으면서 쪽집게 같은 수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강시간에 잠깐 내려가 햄버거를 주문하고 나오자마자 얼른 입에 쑤셔 넣는다. 다음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저녁 식사 시간을 단축한다. 전쟁 같은 하루가 끝이 나고 집에 돌아갈 시간에는 이미 해가 지고 어둑어둑하다. 나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해 9시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나는데, 정말 하루를 꽉 채워 산다. 오늘은 구겨 넣듯 급하게 삼킨 햄버거 탓인지 체기가 느껴셔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 먹었다.
운동을 시작하며 몸이 많이 건강해졌는데 그동안 내 마음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다. 소화가 안될 뿐인데 문득 내 마음이 체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찾아온다.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몸을 바쁘게 움직이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떠오르는 것 처럼 문득 든 생각을 멈추려 하면 지난 기억들이 더 선명해진다. 시간이 약이라고 얼른 내 삶에 많은 것들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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