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에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재활을 위해 등등 개인마다 운동의 목적이 다를 것이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이다. 언뜻 들으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조금 다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스트레스는 인간의 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극을 주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긴장감과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등 좋게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화(병)는 '억울된 감정'을 내뿜지 못하고 일정기간 참으면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학습이라는 임무를 주고 수행 능력을 확인해야 하는 영어 강사인 나는 꼼수를 부리거나 수업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적잖은 불편감을 느낀다. 사실 강사들은 한 수업을 위해 수업 시간의 두 배만큼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떻게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런데, 학생으로부터 '이건 그냥 포기할래요'라는 말을 들을때면 '아냐 할수있어'라는 응원의 말이 떠오르기도 전에 분노의 감정이 불쑥 차오른다.
특히 한국어와는 너무 다른 영문법을 가르칠 때면 테트리스를 하듯 학생들의 이해력에 빈칸 없이 하나씩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이제 겨우 한 두 블럭을 채웠을 뿐인데 포기해버리는 학생을 보면 지금까지 준비해 온 내 노력이 무너지며 내 기대가 너무 큰 게 잘못인가 하며 속상한 마음이 밀려온다.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걸까...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다 운동복을 입고 신발을 챙겨서 운동하러 간다. 육체를 움직이며 근육에 약간의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킷트레이닝은 단시간 고강도 운동을 반복하는 것인데 동작이 바뀌면서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텐데, 심박수가 미친 듯 올라가며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이 굉장히 짜릿하다.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 격한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온 세상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고강도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웬만한 일로는 화가 잘 안 난다. 내 맘 같지 않은 학생들을 대할 때도 '나도 이만큼 답답한데 넌 오죽 힘들겠니' 하며 학생들의 심정을 공감하게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 인생에 '화'라는 것이 사그라들 때면 '유쾌함'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하루는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듣는데, 높은 학업량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상대에게 곱지 않은 말투로 내뱉고 그 말을 들은 학생은 더 심하게 받아쳤다.
순간적으로 "Wait a sec, that's SO GONGGYUKJEOK(공격적)~"가 튀어나왔다. 일부러 한국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나 스스로도 웃겨서 입술이 씰룩씰룩하는데 결국 모두가 한 번 크게 웃으며 상황이 종료된다. 학생들의 부정적인 언행을 저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정색하며 '그만해'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굳이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도 없고 그런 환경에서 학습하는 건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다.
문득 심은하 배우님 옛날 영상이 떠오르는데, 리포터의 "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는 물음에 "나가 죽어야죠" 라고 답한다. 이에 그녀가 진짜 시험에 떨어질 경우 나가 죽어 버릴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위 '웃자고'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분위기를 날려버릴 수 있는 이런 것을 우리는 센스 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센스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마음의 여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하루하루 전쟁 같이 다이나믹함을 겪는 사람들에게 운동은 '자연적인 신경안정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 4개월 넘게 주6일 운동을 했더니 체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 이제 주말은 좀 쉬어야지...^0^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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