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Journey

한국의 영어 교육

Stacy K 2024. 10. 10. 10:50

한국의 영어교육은 선생님 한 명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고 테스트 하는 다소 일방향적인 수업이 대부분이다. 뉴질랜드의 Language School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타겟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였다. 그 당시 학생의 신분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나는 속으로 '이게 무슨 수업이야, 그냥 옆 친구랑 영어로 대화하는 게 다잖아' 
 
학생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고 가장 빠르게 정답을 찾는 것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고등교육을 받고 자라온 나는 옆에 앉은 나와 비슷한 레벨 친구랑 떠드는 게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했다. 내 옆에 친구가 틀린 문법을 사용하는데 고쳐주지 않는 선생님이 무능력하다고 까지 생각했었다. 모든 문장의 단어와 문법이 100% 정확해야 하는 완벽주의자 근성은 한국식 영어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뉴질랜드에서 TESOL과정을 수료하고 영국에서 대학원과정을 모두 마친 후 깨달았다. 한국의 영어 교육은 등수에 목숨거는 이 사회에 희생당하는 학생들에게 시험에서 가장 빠르게 답을 찾고 고득점을 받는 법을 전수해주는 트레이닝 과정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진짜 영어교육은 무엇일까? 한국의 영어교육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거친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가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스위스 유학 전문기업 EF에듀케이션퍼스트 111개국 210만 명의 영어능력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537점으로 36위를 차지했다. 순위권에 있는 국가들과 한국의 차이는 영어 사용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배우고 사용한다. 그래서, 어순이나 발음이 조금 틀려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험'을 위한 영어에 목적을 두고 학습하기에 언어적 지식수준은 높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서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떨어지고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에게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교회에서 목탁치고 염불을 가르치는 격이다. 수능에서 영어 말하기 능력 시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한 한국 학생들에게 스피킹은 단지 외국인들의 언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더군다나 1-2점에 등락이 결정되는 일생일대의 시험에서 스피킹을 점수로 환산한다는 건 상상만해도 아찔하다. 스피킹 점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강남 8학군 엄마들이 성난 표정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학생들에게 영어 100% 사용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기에 선생님들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야하는 룰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새로온 선생님이 교수부장에게 "영어로 수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읽기와 듣기 영역에서 고득점을 만드는 것인 목적인 토플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로 말하게 강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교수부장에게 이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결국 그 선생님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위 선생님의 주장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 교육시장에 10년 넘는 경력을 가진 그 선생님 입장에서는 Teacher는 단지 '시험 점수 만들어주는 사람'일 뿐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학생들의 엄마들도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아오는 학생들을 보며 선생님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우선이 되고 이후 스킬을 익혀 시험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 나은 교육 방식이라 외친다. 이 바닥에 몸 담은 이상, '시험'과 '의사소통'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를 끝없이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 될 것 같다. 다만, 지금 마음으로는 시험 점수에 굴복하는 선생이 되고 싶진 않다...(결국 그렇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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