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Journey

자존감 지킴이

Stacy K 2025. 2. 1. 09:16

분기별 강사평가에서 좋은 코멘트를 가장 많이 받은 선생님으로 이름이 올랐다. 부끄럽지만 입꼬리가 광대를 지나 관자놀이까지 승천할 만큼 기쁜 건 당연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나 홀로 옳다고 믿어왔던 교육 철학과 그 방식이 진정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학생입장에서, 통상적으로 집이 학원과 거리가 멀어지면 새로운 학원으로 옮기기 마련인데, 왕복 한 시간이 넘는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내 수업을 듣겠다고 오는 학생이 있다. 처음에는 '굳이 왜?' 스스로 의문이 생겼지만 이번 강사평가에서 받은 코멘트를 통해 그 친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등급을 나누어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인정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칭찬에 그지없이 인색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가 참 많이 부족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 한국 학생들은 마치 시들어가는 꽃처럼 하루하루 말라가는데 그들의 부모들은 '왜 이렇게 꽃을 못 피는 거야' 나무라면서도 정작 필요한 물을 주는 게 아닌 애꿎은 분갈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인정과 용기'이다. 시험 점수가 낮다고 해서 그 학생을 꾸짖으며 채찍질하는 게 아닌 정답을 제대로 맞춘 부분에 대해 칭찬을 해주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채워주는 게 올바른 교육자의 태도라 생각한다. 학생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으로 학생에게는 많은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내가 학생들을 믿고 있다는 걸 매 순간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단어를 제대로 외우지 않아 시험에서 많이 틀린 학생에게 비난으로 반감을 들게 하기보다는 1:1로 따로 불러 "선생님은 너를 도와주고 싶은데 단어를 외워오지 않으면 선생님이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나는 00이가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시간에는 다 외워 올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끄덕이며 "네"라고 답하는데 나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닌, "오~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너무 멋있는데!"라고 코멘트를 꼭 남긴다. 이렇게 학생이 스스로 단어를 외우겠다는 선택을 하며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되면 다음 시간에 무조건 단어를 다 외워온다.

 

다음 수업에서 내가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어깨춤을 추며 "우리 00이 어휘력이 엄청 늘었네~ 외우는 거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해낸 거 완전 멋있어!" 해주는 날이면 이제 그 학생은 그날 이후로 본인 스스로 '단어 천재' 프레임을 씌우고 그 타이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수업 최선을 다해 단어를 외워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할 때마다 참 신기하고 놀랍다.

 

학생들을 꽃처럼 대해야 한다. 꽃에 물을 주듯 예쁜 말을 많이 해주며 따사로운 햇살처럼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확신이 생기는데 선생님의 칭찬 하나 듣기 위해 시작한 단어 암기지만 수업에서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영어 공부에 자신감이 붙으며 몰입하게 된다. 이러면 당연히 학업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월말평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의 잔소리로 또 얼마나 주눅 들어버릴까. 열심히 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 낙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틀린 부분을 함께 풀이하며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네~ 완전 럭키비키!" 했더니 울적한 표정은 온대 간대 없고 다 같이 할 수 있다는 용기로 가득 찬 분위기가 피어 올랐다. 우리 아이들 자존감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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