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시대예보 : 호명사회 / 송길영

Stacy K 2024. 10. 24. 09:27

 

 

하루하루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본진을 찾고 각자의 자리에서 맹렬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책에서는 시뮬레이션 과잉과 상호경쟁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모두가 지쳐가는 이 때 나만의 길을 찾고 저마다의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용기이자 지혜라 말합니다. 책을 통해 '세상에 불릴 나의 이름이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을 해보며 조직과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는 누구인지, 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동화는 한 곳의 조직에 자신을 평생 의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져 나가면서 삶의 유동성이 빨라지는 현상입니다....극소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성이 조밀해지며 타인에게 부탁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 즉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는 현상입니다." 

 

"유동화와 극소화가 이끄는 사회, '개인의 이름'이 더욱 드러나는 사회에서는 온전히 자신이 만든 것을 세상에 알리며 성과를 쌓아나가는 일을 해낸 노력과 열정에 많은 이들이 열광합니다." 

 

"오롯이 자립한 핵개인들의 대등한 연대는 자신의 이름을 찾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로 이어집니다." 

 

"인류는 먼저 살아온 이의 흔적을 통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우연한 발견과 치열한 궁리를 쌓아가며 지금의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밟아 온 고유한 한 명 한 명의 우리가 이제 증강되고 있습니다....각자가 남긴 일상적인 시도와 노력의 총합이 다시 인류의 문명에 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나가는 사회가 오고있습니다." 

 

"서양 사회는 개인의 자질이 상대적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믿기에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 하고, 동양 사회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자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에 본인이 못하는 것을 보완하려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의 내 이름은 '김대리'였다. 조직 속에서 내 이름이 불리지 않길 원했고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 싶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섣불리 의견을 내지 않았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여 주목받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이상 조직 사회에서 이름을 알리는 건 타 부서의 일까지 내가 다 도맡게 되며 소위 고인물들 뒷바라지만 더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삶은 진짜 내 이름을 찾고 내 길을 갈고 닦는 것. 회사 내 '대리'라는 본캐를 그대로 두고 퇴근 이후로는 영어 토론을 운영하며 사업을 구상하고 글을 쓰며 부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여러가지 부캐를 만들고 내 본진을 튼튼하게 구축하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사회는 결코 녹록지 않다. 

 

은행 예금으로도 서울에 집을 사고 취업 후 정년까지 보장받던 시대에서 서울에 내집 마련 하나 힘든 이 시점에, 심지어 30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오늘날, 우리는 부모보다 더 배웠지만 덜 버는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라 칭해진다. 경쟁이 과잉되며 '의대 준비반'은 유치원까지 내려갔고 수능 변별력을 위해 미국인 교수도 풀지 못하는 영어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취업을 포기한 청년이 40만명에 육박한다는 뉴스와 비혼주의, 초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우하향 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식 차트 마냥 한국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나만 힘든게 아니야' 라는 속편한 핑계를 대보지만 3년 후, 5년 후, 10년 후 내 모습을 떠올리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취업을 포기하진 않았으니 중간을 되겠지 하며 매일 나와의 타협이 일상이 되었지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애는 낳을 수 있을까? 낳는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내 노후는 괜찮을까? 미래를 생각하면 물음표만 가득 채워진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까지 물음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어쩌면 달콤할 수도 있었을 내 삶을 상상을 해보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와 현타를 느끼기 마련이다. 

 

책에서는 이제 개개인의 이름, 즉 본진이 중요한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매 챕터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데 자동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포인트들이 많이 있다. 특히 " 개인의 노력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는, 어쩌면 각자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일까지 열심히 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시험에 쫓기며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놓쳐버린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 잠겼다.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은 무엇일까? M세대 과 Z세대 사이 어중간하게 끼여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가끔은 조직 뒤에 숨어 내 이름이 불리지 않길 바랄지도 모른다. 개인이 자신만의 본진을 찾고 그렇게 불리는 호명사회 앞에 난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홀로 살아갈 인생 이제는 이름이나 불러주자' 해서 호명사회가 되어가는게 아닌가 싶다....스테이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