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버터 / 유즈키 아사코

Stacy K 2025. 9. 13. 19:06

 

 

 

미스터리 추리소설 제목이 버터라니, 심지어 표지를 보니 호랑이가 요리라니? 근데 녹고있네? 궁금증을 자아내어 바로 집어들었다.

[버터]는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명 꽃뱀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그러나 '살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연쇄적으로 남성들을 죽음에 빠뜨린 여성 범죄자의 심리에 주목하며 사건 이면에 드리운 사회적 편견을 파헤친다.

 

결혼을 미끼로 남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하고 그 중 3명은 자살로 위장하여 교묘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가 있다면, 그 범죄자는 분명 절세미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설 속 피고인 가지이 마나코는 체중이 100kg가 넘으며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외모도 아니다. (실제 사건 피해자들도 이 여자가 사기를 칠 것이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이 주목 받는 이유는 가지이의 외모 때문이다. 

 

여자가 살이 찌면 자기관리에 소홀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으며 가지이가 어떻게 남성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는지 리카의 시선을 통해 세심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리카와 살인범 마나코의 만남부터 헤어짐 사이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버터'인데 작가는 버터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요리의 모든 면을 아주 섬세하게 그린다. 읽다보면 버터를 먹고싶어질 정도랄까...

 

마나코는 가족을 제외한 모든 여성들을 혐오하며, 남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건 모두 여자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미각이 좋은 마나코는 요리에도 진심이었고 본인의 요리로 남자들을 만족시킨다. 음식에 매료된 남성들은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푹 빠져버린다. 이 때 마나코는 더 이상 남자들에게 요리를 해주지 않고 매몰차게 대해버리는데, 남성들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자신의 삶마저 놓아버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죽는구나. 각자 소중히 간직하던 것이 무참하게 부서지며, 이번에야 말로 맞서야 한다. 가지이는 살인범이다. 직접 죽였든 그렇지 않았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지. 그녀 속에는 명백히 타인에 대한 격렬한 증오가 있다. 세 남자도 같은 감정의 흐름과 충격를 경험한 것이 분명하다." p.528

 

 

주인공 리카가 가지지 마나코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 그 사이에는 '버터'가 등장한다. 뚱뚱하면 안되는 사회 속에서 음식의 풍미를 살리고 깊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버터를 애써 포기해야하는 사람들이 많다.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버터]라는 소재로 제대로 묘사한다. 소설 속 리카는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버터가 듬뿍 든 음식을 통해 채워나가며 살이 찌게 되는데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속에서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중반부 부터는 좀 늘어지는 감이 있으며 스토리가 왜 이렇게 흘러가지 싶지만, 끝까지 읽고나면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를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어찌됐든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속에 태어난 이상 마음놓고 버터를 먹을 수 없는게 슬플뿐이다...또르륵

 

[실제 사건 기사: 20명 홀리고 3명 살해...日 '뚱녀 꽃뱀' 사형]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2211956?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