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본 첫 문장이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 활인업을 해야하는 사주를 타고난 사람이 이 문장을 본다면 그 누구보다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살았던 20대 보다 '남'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는 30대 지금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다. 진정으로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참으로 맞는 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내 속이 시원한 것은 잔소리이고 내 마음이 불편하면 그것은 조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는 매일 내 속이 시원한 말을 내뱉지 않으려 노력한다. 수업에 제대로 집중도 하지 않고 매사에 공격적으로 말하는 A학생이 있는데 때때로 '나의 인내심을 길러주기 위해 하늘에서 보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하루는 내가 B라는 학생에게 칭찬을 하는 데 이를 본 A학생이 "근데 얘는 못생겼잖아요"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는 것이다. 순간 너무 화가나서 "남에게 상처되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나도 네 약점을 알지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야." 라고 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 그 학생에게 상처가 되었겠구나 싶다.
사실 B학생은 수업태도가 엉망이고 성적도 안되지만 오래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상급반에 있다. 이 학생을 다른 반으로 옮겨야 한다고 학원에 수차례 얘기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레벨 다운을 하게 되면 퇴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학생을 상급반에 둬야하는 이유는 '퇴원방어'인 셈이다. 매번 수업분위기를 망치고 반 평균을 깎아도 결국 피해는 진짜 상위권 학생들이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의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쩌면 A학생이 항상 불만과 화로 가득 차있는 건 본인이 같은 반 학생들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레벨다운을 하자니 자존심은 상하고,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듯 타인을 공격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려 몸부림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불행은 나 말고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A학생이 가진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스스로 인지하고 불행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의 진리는 정말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말인가보다. 나에게 울림이 있어 메모를 해두었는데 A학생에게도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닌가.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럴 수 있지'이다. 나는 타인을 100% 다 이해할 수 없기에 내 입장에서 단정짓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에서 오는 영향을 최대한 이해해보기 위해 생겨난 입버릇은 나 스스로에게도 한 층 너그러워졌다.
우리는 스스로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게 만들며 사고는 점점 편협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팀장을 맡은 선생님 한 분이 계신데 업무 지시에 두서가 없고 본인이 하고싶은 말들을 언제든 (휴일이든 새벽시간이든) 쏟아내는 것이다. 참다못한 나는 결국 모두가 보는 단체 톡방에 한마디를 해버렸고 화산이 폭발하듯 그 선생님은 장문의 메세지로 답했다. 그 메세지 안에 내용은 그가 얼마나 미성숙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나는 무응답으로 답했다.
며칠 후 다른 한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 팀장이 처음 맡는 포지션이라 서툰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팀장이 서툴다'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 또한 모든 면에 완벽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 팀장을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럴 수 있지'. 내가 모르는 그 팀장의 속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나이 들어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다. 요즘 죽음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탓일까 내 마음에 꽂히듯 와닿는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는 모두 죽음을 향해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하루하루를 알차게, 후회없이 보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날에는 일부러 긍정적인 말을 많이 내뱉으려 한다. 그 말이 결국 사람들을 통해 나에게 기분좋은 에너지로 되돌아 오기 때문이다. '우리 00이 너~무 멋지네', '넌 최고야', '완전 천재아냐!?', '고마워' 이런 말들은 상대를 미소짓게하며 그 미소를 보는 나의 얼굴에도 미소를 깃들게 한다. 말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좋은 말들은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온다. 이렇게 평생 인생을 잘 느끼며 살고싶다.
고명환 작가님의 영상을 우연히 접하고 알게된 '고전이 답했다' 책은 순식간에 모든 페이지를 읽게 만드는 몰입력이 있다. 책 한 권으로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년 이맘쯤 또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미래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에 잠길까. 그때 나의 고민이든 걱정이든, 그게 뭐든 고전이 답해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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